하나님께 드리는 편지 - 김구환 장로
2009.07.28 04:18
에벤에셀의 하나님
하나님께 드립니다.
하나님! 안녕하셨습니까?
제가 오늘 웬일인지 아버지 하나님께 편지를 쓰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65년을 살아오면서 하나님께 수없이 기도한 경우는 있지만, 막상 오늘 같이 편지를 쓰려고 하니,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무척이나 망설여지는군요.
이제 새삼스럽게 생각해보니 하나님 만난 지도 50년 세월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저를 인도하신 하나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에벤에셀”이라는 하나님 이름자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 뜻이 “여기까지 인도하셨다”는 뜻이라지요.
처음에는 잘 모르는 함자였지만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더욱 더 제 마음 속에 잊어지지 않는 함자였습니다. 이 하나님께서 저를 오늘이 있기까지 각종 역경과 시련 속에서 굽이굽이 선한 길로 인도해주셨습니다. 그러니 저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 제 마음대로 넓고 편하게 보이는 길로 가고자 하면 에벤에셀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아셨는지 달려오셔서 좁은 다른 길로 인도하셨지요. 그러면 저는 매우 불만스러워 투정도 부리고 의심도 했지만 막상 지나고 보면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길은 온전하고 바른 길이곤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극심한 위기의 순간에도 어김없이 저를 보호하셨습니다.
다 지난 일이지만 배반과 모함, 시기와 질투로 인해 동료들의 오해와 냉대 속에도 에벤에셀 하나님은 제 곁에서 저를 위로하시고 보호하여 지켜 주셨습니다. 심지어는 저를 높이 세우셨습니다. 이럴 때도 저는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저의 인간적인 약점과 연약성과 교만을 없이하고자 인생 고난의 학교에서 수업 받게 하신 것도 기억합니다.
에벤에셀 하나님!
마른 막대기 같은 이 소자를 감싸주시고 높이시고 오래도록 기다려 주시며 기대하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편 139편의 다윗의 고백을 즐겨 명상하며 인생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나를 감찰하시고 나를 아시는 하나님, 나의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속속들이 아시는 하나님,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시고 나의 전후를 두르시며 안수하신 하나님”을 다윗의 하나님보다 나의 하나님으로 명상하며 찬양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에벤에셀 하나님!
제가 이곳에 와서 저에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를 이곳까지 오게 한 것은 순전히 하나님 섭리이십니다. ‘손녀 지현이’ 비만 치료 때문에 이곳에 왔지만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목적이 있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저는 이곳에 올 마음이 없었습니다. 아내와 왈가왈부하기 싫어서 그냥 아내의 뜻에 맡긴 것이 큰 복이 되었습니다. 그게 다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알게 되니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집니다. 제가 집에 혼자 있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을 하나님께서는 아셨기 때문입니다. 부절제한 나쁜 습관 때문에 제 영혼이 형편없이 망가질 것을 염려하여 저를 이곳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저에게는 역시 에벤에셀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그동안 저로 인해 얼마나 마음 고생하셨습니까! 몸 둘 곳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수도 없이 이리저리 넘어질지라도, 그래도 저를 버리거나 잊지 않으시고 권고해 주신 에벤에셀 하나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또 내 믿음의 삶이 거짓과 위선의 포장지에 보기 좋게 포장되어, 남이 보기에 좋게만 보여서 싫어하는 이가 없이 살아가는 제 모습을 하나님께서 보실 때 얼마나 가증스러웠습니까? 타이르고 달래주신 하나님, 정말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저를 벧엘 하나님의 집 동산까지 인도하신 에벤에셀 하나님 정말 감사 찬양 드립니다.
그렇게 속에 담은 것도 없으면서 많이 가진 것처럼, 말씀을 권장하고 기도와 선교 사업을 강조하던 내 자신은 형식과 위선의 탈이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으면서 형식의 굴레에 채워져 허식에 이끌리어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닌 이 위선자의 딱한 모습을 참고 기다리셨으니 얼마나 안타까우셨습니까. 저는 마른 막대기보다 못하면서 남의 믿음을 평가하고 비판하고 정죄할 때 하나님은 얼마나 가소로우셨습니까?
겸손히 무릎을 꿇겠습니다.
자숙하겠습니다.
용서해 주시옵소서.
또 하나님, 우리 가정은 모순과 ‘위선’투성이인데, 어떻게 이웃들이 그렇게 동경하고 선망하는 대상이 되었는지 알 수 없네요. 이것도 저를 교만하게 하고 병들게 했습니다. 정말 헛것인데 말입니다. 이런 경우도 하나님께서는 한 마디도 안 하시고 묵묵히 참아주셨으니 얼마나 답답하셨겠습니까?
에벤에셀 하나님!
출판전도부장의 직임을 맡아, 제임 기간 동안 부여받은 목사의 칭호와 현재 교회 장로의 직분이 저를 더욱 교만하게 하고 심령에 큰 질병을 갖게 했나 봅니다. 실적과 평가와 경쟁의 노예가 되어 정신없이 동분서주하던 그 모습을 이제야 바로 봅니다.
오, 하나님! 정말 부끄럽기 한이 없습니다. 제가 어찌 그런 모습이었단 말입니까? 믿을 수가 없습니다. 부족하고 용서받아야 할 죄의 실상들을 낱낱이 말씀드리자면 바다를 먹물삼아 저 넓은 하늘에 다 기록한다 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아버지 하나님!
이 죄를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손들고 주 앞에 왔습니다.
도와주시옵소서!
가르쳐 주시옵소서!
이 죄인의 아집과 교만, 수십 년 간 물든 이 형식의 죄로 포장된 이 거짓의 탈을 벗도록 도와주시옵소서!
하나님의 집에는 무수한 영적 도구들이 있음을 믿습니다. 그 거룩한 영적 연장으로 이 죄인을 고쳐 주시옵소서. 주님의 영적 회전 연마기에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탕자같이 가진 것 하나 없이 주 앞에 왔사오니 깎으시고 떼어내시고 파내고 곱게 다듬어 주시면 주님께서 쓰실 수 있는 그릇이 되겠습니다. 그리하시면 질그릇이 되든지 돌그릇이 되든지 놋그릇이 되든지 넘겨보지 않고 주의 뜻에 순종하겠습니다!
순복하겠습니다! 복종하겠습니다!
이 상하고 병든 심령만 고쳐 주시옵소서!
그리고 하나님, 마지막 부탁입니다.
저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이 되어 주시옵소서. 마지막 원입니다.
하나님! 정말 믿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 6. 16. 벧엘 동산에서
경산에서 온 김구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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